인공지능(AI)이 화가보다 더 정교한 화풍을 구사하고, 작곡가보다 더 감동적인 선율을 만들어내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 결과물들은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한 유령과 같습니다. 미드저니나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생성한 이미지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요? 툴을 만든 개발자일까요, 프롬프트를 입력한 사용자일까요?
이 논쟁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우리는 17세기 근대 자유주의의 기초를 닦은 존 로크(John Locke)의 '노동 가치설'을 소환합니다. 고전 철학의 잣대로 현대 테크놀로지의 경계를 획정하는 작업은 IP 전문가들에게 새로운 법리적 통찰을 제공할 것입니다.

1. 노동의 혼합: 소유권은 어디서 발생하는가
로크는 그의 저서 『통치론』에서 소유권의 정당성을 '노동'에서 찾았습니다. 인간이 자연 상태에 있는 무언가에 자신의 노동을 '섞으면(mix)', 그것은 비로소 그의 사적 소유물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 신체적 노동: 자연물에 가해진 직접적인 가공과 수고
- 정신적 노동: 아이디어를 실체화하는 창의적 노력
- 배타적 권리: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생산적 기여
이 이론은 오랫동안 현대 지식재산권법의 근간이 되어 왔습니다. 창작자가 고통스러운 산고를 거쳐 작품을 내놓았을 때, 그 결과물에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로크적 정의의 실현이었습니다.
2.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노동인가, 발견인가
현대적 쟁점은 여기서 발생합니다. 사용자가 AI에게 명령어를 입력하는 행위가 로크가 말한 '노동의 혼합'에 해당할까요? 현재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두 가지 시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단순한 키워드 입력은 화가에게 그림을 맡긴 '주문자'에 불과한가, 아니면 붓 대신 언어를 사용한 '창작자'의 노동인가?"
부정적인 측은 실질적인 표현의 구현을 AI가 수행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반면 긍정적인 측은 수만 번의 프롬프트 수정과 파라미터 조정을 거치는 과정이 고도의 정신적 노동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행위 자체보다 앵글과 빛을 조절하는 사진가의 노동을 인정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3. 변리사가 주목해야 할 IP 실무 쟁점
AI 생성물의 저작권 보호 여부는 산업 전반의 인센티브 구조를 뒤바꿀 거대한 이슈입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다음의 세 가지 핵심 포인트에 집중해야 합니다.
- 인간의 저작자성(Human Authorship): 인간의 창의적 통제가 어느 수준까지 개입되어야 하는가?
- 학습 데이터의 보상: AI가 학습한 기존 창작물들의 '노동 가치'는 어떻게 보존될 것인가?
- 공정이용의 한계: 타인의 노동 결과물을 재료로 삼는 AI 학습의 법적 정당성 범위
결국 AI와 인간의 협업은 소유권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로크의 철학이 신체적 수고를 강조했다면, 이제는 '지시와 선택'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어떻게 법적 권리로 치환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변리사와 IP 관리자들은 이제 법조문을 넘어 '인간의 창의적 기여'에 대한 철학적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그것이 곧 미래 지식재산권 시장에서 의뢰인의 권리를 방어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