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부스(DABUS)'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이 스스로 새로운 식품 용기와 비상등을 발명했다며 특허를 신청한 사건은 전 세계 지식재산권법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인공지능이 발명자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은 단순히 법조문의 해석을 넘어,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라는 근원적인 철학적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독일 관념론의 거장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라면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지위인 '자율성'과 '이성'의 관점에서 AI 발명자 논란을 파헤쳐 봅니다.

1. 칸트의 자율성: 발명의 주체는 누구인가
칸트 철학의 핵심은 '자율성(Autonomy)'에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단순한 기계적 인과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도덕 법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입니다.
- 목적의 왕국: 인간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서 존재하며, 이는 창의적 행위인 '발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 주체적 이성: 발명은 우연한 결과물의 산출이 아니라,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주체적인 의지의 산물입니다.
칸트의 관점에서 보면, 데이터 학습과 알고리즘에 의해 최적의 결과값을 도출하는 AI는 '스스로 의도한 발명'을 수행하는 주체가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인간이 설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고도로 정교한 도구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2. 특허법이 정의하는 '발명자'의 자격
현재 미국(USPTO), 유럽(EPO), 한국(KIPO)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 특허청은 발명자를 '자연인(Natural Person)'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이 인간의 창의적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독점권을 부여한다는 칸트적 전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발명이란 인간의 고도의 정신적 창작물이어야 하며, 법인이나 기계는 그 자체로 발명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법원은 AI가 발명의 실질적인 기여를 했다 하더라도, 그 공로를 인정받을 '법적 인격'이 결여되어 있다고 판단합니다. 만약 AI를 발명자로 인정한다면, 책임의 주체나 권리 행사의 방식에서 기존 법체계가 근본적으로 붕괴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3. 법적 인격과 도덕적 대리인: 미래의 대안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는 칸트가 정의한 인간의 경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창조적 이성'이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면, 우리는 AI에게 일종의 '법적 허구(Legal Fiction)'로서 인격을 부여해야 할까요?
- 법인격의 유추 적용: 기업(법인)이 법적 주체가 되듯, AI에게도 제한적인 발명자 지위를 부여하자는 논의
- 보조적 지위: 인간이 발명자로 남되, AI의 기여도를 별도로 명시하는 방식
- 책임의 귀속: 발명에 따른 권리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의 문제
칸트는 "인간은 이성적 존재로서 스스로의 법률가"라고 말했습니다. AI 시대의 특허법 역시 이 철학적 토대 위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발명자의 지위를 기계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인간의 고유성을 포기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인류의 지적 영토를 확장하는 새로운 진화일까요?
변리사와 법률 전문가들에게 AI 발명자 논의는 단순한 권리 다툼이 아닙니다. 이는 법의 정신이 인간의 정의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현대판 '순수이성비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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