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매일 수만 건의 새로운 디자인과 특허 기술, 예술 작품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이 방대한 결과물들을 소수의 테크 기업이 독점하는 것이 타당할까요? 아니면 인류의 지적 자산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즉각적인 공공재(Public Domain)로 전환해야 할까요?
이 논쟁의 핵심을 관통하는 철학은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의 공리주의(Utilitarianism)입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적 관점은 AI 시대 지식재산권의 향방을 결정할 가장 강력한 경제적, 법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1. 벤담의 공리주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벤담은 법과 정책의 가치를 그것이 산출하는 '효용(Utility)'으로 측정했습니다. 어떤 행위가 사회 전체의 쾌락을 증진하고 고통을 감소시킨다면 그것은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정당화됩니다.
- 효용의 극대화: AI 결과물이 사회에 가장 큰 유익을 주는 방식은 무엇인가?
- 비용-편익 분석: 독점권 부여에 따른 창작 유인(Incentive)과 정보 접근 차단에 따른 사회적 손실의 비교.
AI 결과물의 공공재 전환론자들은 독점권이 없더라도 AI는 멈추지 않고 창작을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이 결과물을 즉각 공공에 개방하여 후속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길이라는 논리입니다.
2. 사적 독점인가, 사회적 배당인가
전통적인 특허와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독점권'이라는 당근을 주어 혁신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AI의 경우, 창작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기에 이 '당근'의 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법의 목적은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을 증진하는 데 있다. 만약 독점이 소수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면, 그것은 법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다."
공리주의적 시각에서 볼 때, AI 결과물을 공공재로 전환하면 중소기업이나 개인 창작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최첨단 기술과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지식의 민주화를 가져오며, 거대 IT 기업의 정보 독점을 견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3. 미래 IP 정책의 공리주의적 설계
변리사와 정책 입안자들은 단순히 '보호'와 '개방'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세밀한 제도적 설계를 고민해야 합니다.
- 단계적 개방: 초기에는 짧은 기간의 독점권을 인정하되, 이후 신속히 공공재로 전환하는 방식.
- AI 기금 마련: AI 결과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기업에 사용료를 징수하여 인류의 보편적 복지를 위한 기금으로 활용.
- 강제 실시권의 확대: 보건, 환경 등 공익적 가치가 큰 분야의 AI 특허에 대해 강력한 공유 원칙 적용.
벤담의 공리주의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AI가 가져올 풍요의 시대에 지식재산권은 소수의 성벽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식의 흐름을 막는 댐이 아니라, 모든 이의 땅을 적시는 수로가 될 때 비로소 법은 최대 다수의 행복이라는 자신의 소명을 다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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